모처럼 퇴근하고 친구들을 만난 날이었다. 얼마 안 되는 친한 친구들과 오랜만에 일 끝나고 간단하게 한잔 하자는 의기투합을 하게 되었고, 서로의 직장을 끝 꼭짓점으로 하여 가장 모이기 괜찮은 동네가 어디인지를 체크해 보았다.
한 친구는 공덕이고, 나는 광화문, 그리고 다른 한 친구는 인천 검암쪽이었다. 그렇다면 가장 무난한 공철라인으로 정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체크해 보았다. 일단 홍대입구는 너무 젊은이들(?)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시끄럽고 우리 같은 아저씨들은 쭈구리가 될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류였고, 서울역은 생각보다 먹을 게 없고 비싸다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결국 정하게 된 공덕역. 공덕 부근이면 뭐 나름대로 도화동 쪽 골목도 있고, 회사원 상권이니깐 우리의 이미지랑 잘 맞겠다 싶어서 바로 선택 완료.
퇴근하자마자 바로 이제 공덕역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마침 맛집 레이더인 친구하나가 추천해 준 족발집. 공덕에는 족발골목이 있는데 공덕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맛있는 족발이 있다고 하더라. 안 그래도 음식에 일가견 있는 친구라서 믿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바로 공덕시장 족발골목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마포소문난원조족발로 갔는데, 그 좁은 공덕시장 골목에 무려 본관과 별관이 있는 어마무시한 곳이었다.
일단 간판을 보라, 이렇게 노포의 감성이 낭랑한 곳은 정말 맛의 보증수표가 아니겠는가? 일단 믿고 한번 바로 들어가 봤다. 퇴근하고 나서 공덕족발골목은 정말 넥타이부대들이 우르르 밀고 들어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이모님들이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별관에 앉아서 기다려도 세팅이 조금 늦었다, 나는 배고픈데.
그렇다고 불친절한 건 아니었다. 정말 우리가 들어간 그 타이밍에 우르르 들어갔을 뿐이라 그런지 순차적으로 착착 주문을 받으시는 걸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공덕 족발 골목시장 속 시그니처 메뉴라고 불리는 반반족발을 시켰다.
나는 개인적으로 매운걸 잘 못 먹는다. 그래서 불족발을 먹으면 제대로 먹지 못해서 좀 걱정이었는데, 뭔가 공덕 족발 시장은 한번 그 정취와 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맥주랑 소주는 그냥 우리가 꺼내왔다. 이모님의 허락을 받고 '소주랑 맥주 가져가도 돼요?' 하니깐 오케이 하시길래 바로 테라와 새로를 한 병씩 스윽 하고 가져왔다. 원래 나는 하이트에서 새로 나온 켈리 맥주가 맛있어서 그거에 빠졌는데 친구들은 켈리 맛없다고 해서 그냥 테라 가져왔다. 뭐 테라도 나는 좋아하니깐.
소주는 요즘 주변 친구들이 좋아하는 새로로 가져왔다. 제로소주여 봤자 소주라서 몸에 안 좋긴 할 텐데 이상하게 새로는 목 넘김도 괜찮고 뭔가 죄를 덜 짓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반반족발이 나왔다. 빛깔이 아주 좋았는데, 이 공덕 족발골목 마포소문난원조족발의 족발 메뉴를 이야기하기 전에 순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족발을 시키면 순대와 순댓국이 무한! 무한이다. 처음에 일단 세팅하면 바로 순대한 접시와 순대국을 주는데 요거에 또 한잔 안할수 없어서 소주와 함께 먹었더니 벌써 맛나더라.
다시 돌아와서 반반족발은 한접시 크게 주는 게 아니라 적당히 큰 접시에 일반족발과 매운 족발을 나눠서 주셨다. 양이 일단 꽤나 많아서 성인 남성 3명이 먹기에 괜찮은 사이즈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매운걸 못 먹는다고 위에서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운 족발이 아주 맛있었다. 사실 매운족발이라기보단 양념치킨소스 족발이라 해야할까.. 달짝지근하면서 매콤함이 감도는 그 소스가 감칠맛이 나서 좋았다. 다들 말없이 매운족발 먼저 슥슥 가져가면서 소주를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반 족발도 기본에 충실한 쫄깃한 맛이었다. 애초에 맛 자체가 누린내 없고 깔끔해서 그런지 부담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간혹 가다가 족발집에서 제대로 삶지 못하면 누린내가 나서 먹기가 불편했던 적이 있었는데 마포소문난원조족발의 반반족발은 그런 거 없이 참 부드러웠다.
족발에 맥주 소주 한잔하면서 그냥 사는 이야기들을 해봤다. 다들 열심히 각자의 위치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가 각자 일이 힘들고 고되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래간만에 얼굴보면서 소주한잔 기울이며 이야기하면 다시 학생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은 경험을 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사회적인 체면은 생기지만, 마음속에는 다 어린이가 있나 보다. 사는 이야기하고 주제도 달라지고 제법 진중해진 친구들이지만 그 안에 있는 학생 때의 모습들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아서 참 반갑기도 하고 좋았던 것 같다.
피곤한 일이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에서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을 땐, 공덕시장의 공덕 족발 골목으로 가보자. 서민적인 정취와 든든한 안주와 함께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는 건 어떨까? 아, 순대랑 순댓국 리필 많이 해 먹어도 뭐라고 안 하시니깐 순댓국에도 꼭 한잔 기울이시길!
합정역 초밥 맛집 합정 맛집 스시강에서 오늘의 초밥 세트를 주문했다 (1) | 2023.05.21 |
---|---|
하이트 신상 맥주 켈리 편의점에서 내돈내산으로 먹어본 후기 (0) | 2023.05.20 |
독산역 감자탕 맛집 일미집에서 혼밥도 괜찮은 감자탕 백반 한 그릇 (0) | 2023.05.15 |
배우 신민아가 광고하는 스트레스케어 쉼, 실제로 구매하고 마셔본 후기 (0) | 2023.05.14 |
독산역 맛있는 순대국 맛집, 갈때마다 먹어도 질리지 않는 명가순대국 (1) | 2023.05.1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