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를 갔을 때는 아마 날이 꽤 추웠던 때였을 것이다. 날씨가 차고 그만큼 해가 빨리 지는 날이었는데, 이 날은 유난히 뭔가 그래도 햇빛이 조금이나마 들고 따스할 때였었다. 원래 추워서 잠바를 여며 입기 바빴는데 그래도 산책하면서 목포의 분위기를 즐겨보고 싶다는 마음하나로 차를 대고 목포 시화마을 골목길로 들어갔다.
시화마을이 어떻게 유명해졌는지는 잘은 모르지만 촬영같은걸 꽤나 많이 했다는 것만 들었다. 그나마 사람들이 많던 연희네 슈퍼도 있었고, 듬성듬성 카페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목포 시화마을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걸었다.
시화마을의 가장 큰 장점이 뭐였을까 생각해보자면, 관광지지만 참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많지도 않고 그렇다고 하여 아주 또 조용하진 않아서 적당히 사색에 잠겨서 걸을만한 시화마을의 골목길.
나는 무엇을 위하여 여행을 갔고 어떻게 살아야하나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해본다. 어렸을 땐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힘찬 아이였는데 이제는 그냥 순응하는 데로 예예거리면서 사는 못난 어른이 되어버렸다. 분명 나도 꿈이 있었는데.. 잘 지내고 싶었는데 하면서 괜한 우울감에도 빠졌던 것 같다.
시화마을의 풍경은 그런 나를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덕유산 케이블카가 가까이 보이면서 바다가 보이는 목포 여행. 그러면서도 골목은 작은 도시의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그런지 포근함과 바다의 넓음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시화마을에서 연희네슈퍼로 쭉 올라가다 보면 시화골목이 보였다. 이곳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가게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은 화방이나 작은 전시공간등이 있었다. 이게 참 신기했던 게 어떤 곳은 폐건물이고, 어떤 곳은 전시장으로 쓰여있고.. 이게 구분이 없이 오밀조밀 모여있었다는 것이다.
원래 폐건물이나 망가진 방이 있으면 뭔가 을씨년스러워보이고 사람의 손이 안 타서 휑한 느낌이 드는데, 시화마을의 골목길은 그러지가 않았다. 그냥 망가진 건물도 하나의 장치인 듯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조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바닷바람과 어우러진 날씨는 참 추웠지만 시화골목이 주는 감성 자체가 따듯했다고나 할까.
돌고 돌아 시화골목의 입구로 다시 돌아와서 만나게 된 고양이. 사진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밖에 없지만 사실은 두 마리였다. 흰색 고양이와 치즈 고양이 두 마리였는데 저 사진에 있는 치즈고양이는 암컷이었다. 흰색고양이는 수컷이었는데 뭔가 계속 집적대는 느낌? 역시 고양이나 사람이나 똑같다(?)
사진을 찍은 이 장소는 목포 시화마을의 바보마카롱이라는 카페 앞이었는데, 사장님이 참 따듯한 분이셨던 기억이 난다. 날씨가 추워서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켰는데, 그 짧은 순간에도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는 모습이라던지 목포라는 도시 자체를 뭔가 좋아하고 공간을 소중하게 여기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커피맛이나 마카롱의 맛도 더 할나위없이 최고! 목포 여행을 간다면 이 바보마카롱에 나는 다시 들를 것이다. 아마 그때 내가 이 목포 여행을 오게 된다면 이 야옹이들도 계속 있지 않을까? 사장님과 함께 있으면 행복하게 잘 지낼 테니깐.
꽤나 오랜 시간을 걸어서 다시 돌아온 시화골목의 큰 길가. 마치 나는 시간 여행을 다시 하고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사회인이 되고 나서 정신없이 살다 보니 잊고 지냈던 소소한 풍경. 정겨운 마을의 분위기, 그리고 순수했던 나의 지난 모습들을 시화골목에 두고 온 듯. 뭔가 아련한 향수가 느껴지는 목포의 정겨운 여행지였다.
사실 시화마을을 여름에 가기에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만, 개인적으로 목포 바다와 골목의 감성을 같이 온전히 즐겨내고 싶다면 여름의 초저녁이나, 가을에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쓸쓸하지만 마냥 쓸쓸하지 않은 사람 냄새나는 감성이 있어서 나는 참 좋았다.
뭔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나에 대한 자신감도 줄어들고 소중했던 것들에 대한 기억도 잊고 지내면서 우울함도 모른 채로 살았는데, 이 작은 골목길 안에서 돌아본 나의 마음들을 바탕으로 다시 힘내서 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동력을 얻은 것 같다.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살아야지. 그래야 행복한 일만 가득할 거니깐. 나는 앞으로도 우울하고 힘든 감정이 살아날 때마다, 작은 추억들을 생각하며 일어서고 힘내야겠다. 마치 목포 시화마을의 정겨운 이미지 안에 숨겨진 추억과 따듯함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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