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름을 싫어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여름의 분위기는 좋지만 여름의 날씨가 나를 너무 지치게 하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건 아마 내가 어렸을 때부터 땀이 굉장히 많이 나는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름은 잠깐만 밖을 돌아다녀도 비 오듯이 땀이 쏟아진다. 땀이 나고 땀이 식고 나면 꿉꿉한 느낌은 몸을 축축 쳐지게 만들기 때문에 피로도가 더 늘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평상시에 나는 긴 와이셔츠와 긴 바지를 입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여름이라는 날씨는 나에게 있어서 상극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름의 분위기를 싫어하진 않는다. 뭔가 청량한 느낌, 여름이라는 날씨가 선사하는 극한의 더위를 피해서 가는 휴가와 여행이라는 존재, 일상의 탈피에서 오는 쾌감으로 대표되는 여름의 휴식이 주는 분위기, 여름이 되면 더운 만큼 더욱더 활기차게 여름의 더위를 이겨내려고 하는 시끌벅적하고 활기찬 기운을 느끼고 있노라면 '그래도 여름은 이런 맛이 있지.'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여름들과 달리 이번 여름부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진 모르지만 나는 다양한 것을 시도해보려고 했다. 여름의 날씨를 통해 오는 무기력함을 극복하고 싶다는 감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언제까지 축축 쳐지면서 지낼 수는 없고 나도 늦게나마라도 나의 즐거움과 활기를 내 나름대로 찾아보자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아마 그건 내가 위에서 말했던 여름의 더위를 활기참으로 이겨보겠다는 일종의 의지였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만큼 나는 여름이 싫었으니까 말이다. 항상 언제 가을이 오나 가을이 오나 하면서도 지금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 여름이라는 것에 대해서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사람이란 것이 참 신기하게도, 내가 무엇인가를 찾아서 해보려고 하고 실수도 많이하고 실패하는 경험도 많이 하다 보니 이것이 나름대로 경험과 즐거움이 된다는 것을 조금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되다 보니 나름대로 부정적이었던 여름이라는 것에 대한 기억이 점점 채워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었다.
항상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결과론적인 이야기를 했었다. 슬프고 지치는 것에 대해서 공감은 가지만 그렇다고하여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 우리가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 너에게는 지금 앞으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던 나였지만, 정작 나는 내 앞에 있는 귀찮음과 해결해야 할 문제를 두고 '어쩌지..'라고만 생각을 했으니깐.
여름이라는 날씨도 비슷하다. 더워서 짜증난다 어쩌지? 언제 지나가지?라는 생각으로 일상을 지내던 작년과는 달리, 이 여름이 짜증 나고 날 귀찮게 하니깐 그것을 긍정적인 경험과 활동력으로 한번 메꿔보자라고 생각을 하니 이번 여름은 비록 짜증 나고 꿉꿉했지만 나름대로의 기억들이 남아있는 것 같다.
이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다. 비록 오늘 아침도 너무 습하고 기온이 애매해서, 지하철 역 까지 걸어오는 동안 땀에 흠뻑 젖어서 찝찝한 감정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가을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도 이런 과거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올 즐거움을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마치 여름이 짜증 났지만 그 여름을 나름대로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고 가을을 기다렸던 것처럼 말이다.
결국 내가 사는 삶 역시도 한번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 처럼, 일상생활의 관점을 부정으로 일관하기보단 그 순간에 내가 할 수 있고 하면 좋은 것들에 초점을 맞추며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내가 행복하고 바라던 시기는 찾아오지 않을까?
마치 지겨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는 이 시기를 돌아보듯이, 내가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앞으로도 긍정적임에 초점을 맞추는 삶을 살아보자 다짐을 해본다.
옛날에 드라이브를 하다 문득 틀었던 시티팝 플레이 리스트에 이 노래가 나왔었다. 원래 노래는 80-90년대에 나온 나미의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라는 노래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들었던 이 리믹스 버전이 나에게는 조금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노래를 틀고 한강대교쪽을 운전하다보면, 내가 뭔가 열심히 일을 마치고 여름 밤의 야경이 주는 반짝반짝한 느낌을 잘 즐기고 있구나.. 라는 생각내지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었던 기억이 난다.
늦은 여름을 보내면서 얼마 남지않은 여름의 나름대로의 청량한 느낌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지내야겠다.
BGM : 나미 NAMI -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 You Who Want To Be Close (Jeon Yonghyeon Remix)
고민 (0) | 2024.01.21 |
---|---|
회상 (1) | 2024.01.14 |
2023 결산 (0) | 2023.12.31 |
티스토리 기타유입이 늘어난 이유? 꾸준하게 하면 결국 나타난다 (0) | 2023.07.22 |
나의 오마카세는 새우슈마이와 캔맥주 (0) | 2023.06.28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