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과거를 회상한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과거를 회상하고, 그 과거의 좋은 기억들의 표면을 쓰다듬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촉감이 별로였고, 감흥이 없었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라는 이름 하나로 그것들은 프리미엄이 붙곤 한다.
회상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나타난다. 내가 패션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나, 작년의 패션 및 디자인, 사회의 흐름을 관통했던 분위기가 Y2K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촌스럽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Y2K의 흐름은 단순한 패션뿐만 아니라 대중문화까지 관통을 했다.
내가 어렸을 때 유행했던 디키즈나 디젤 같은 브랜드는 힙하다는 이름아래 다시 태어났으며, 작년을 뒤흔들었던 뉴진스의 무드 역시도 Y2K로 대표되는 분위기로 모든 것을 뒤바꿀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추억도 비슷하다. 그 때 당시에는 별로 임팩트가 없고 일상이며 하루하루가 같았다고 생각하는 나의 몇 년 전 일상은 오늘의 내가 절대로 다시 경험해볼 수 없는 특별한 나날이 되어있다.
그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서 차 안에서 울면서 지나갔던 술집 거리들과 과거의 사무실들을 몇 년이 지나서 운전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지나치면 '그땐 그랬지.'라면서 생각하게 끔 만든다.
내가 20대가 되고 군대에갔을 때 다시는 그곳에 가지도 않고 그 방향으로 소변도 보지 않겠다는 그 동네는 나에게 있어서 술안주가 되어있고, 그 동네에 가면 내가 살았던 그곳이 잘 있나 문득 궁금해한다.
내가 좋아하고 내 삶을 바쳤던 지나간 옛사람들과의 사랑과 경험, 그리고 감정싸움은 그당시에는 너무 억울하고 힘들고, 나를 바라봐줬으면 했지만 시간이 지난 오늘에서야 그 시간들은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구나 생각을 한다.
문득 요즘의 나를 돌아본 적이 있다. 나의 삶이 변화가 없다 생각하고 매너리즘에 빠져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회사 일은 변함이 없고, 내가 쓰는 글에는 과거의 의지가 아닌 의무가 되어있고, 나의 꿈과 현실은 물 밖에서 헛 발걸음질 치는 아기들의 태엽오리인형 마냥 발버둥만 치고 있는 것의 반복이었다.
즐겁지 않았던 요즘의 삶을 돌아보며 나는 과거가 행복한 사람이었는가에 대한 회상에 빠져든다. 그때의 나는 과연 활짝 웃고 있었는가? 그때의 나는 눈물이 없고 희망이 가득 차있었는가라고 나 자신에게 물어보고 있을 때 나는 그것은 아니라고 답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상이라는 이름아래 내가 겪었던 모든 과거의 기억은 미화가 되어있었다. 심지어 고통스러웠고 우울했던 지난 날 까지도.
왜 그럴까? 나는 과거를 회상하고 그 과거를 그리워함이라는 것은 현재의 불만족과 일맥상통하고 있다는걸 잘 알고 있다. 아마 현재가 행복한 사람은 과거를 떠올리며 그것을 추억이라 생각하지 않음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끔 과거를 회상한다.
나는 그 회상이라는 것을 과거의 나를 지나쳤던 사람들과 사건들에 대한 안부인사라고 정의를 내리기로 했다. 내가 더 이상 그들을 만날 수 없고, 그때와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음을 알지만 혹시라도 과거의 나를 구성했던 그들을 다른 모습이나마 만나게 된다면 나는 나름 그래도 괜찮게 지내고 있으려고 한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회상할 때, '그래도 그땐 즐거웠지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라고 하기 위해 현실을 살고 있다고 말해주기 위해서는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Hunger Noma - Gjallahorn (feat. illtal, Deliman, Black nine, Ignito)
나는 가끔 회상을 한다. 날 떠나갔던 사람과 내가 떠나 보내서 과거의 그 시절에 그대로 남아있는 사람들과 그 시절을 지냈던 나에게 '감사했다. 덕분에.'라는 안부를 전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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