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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격리가 끝나가면서 드는 생각들

일상 청소 기록/이슈 거리

by 고민청소부 2023. 5. 2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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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걸릴 때 안 걸렸던 코로나도 벌써 5일이 지나갔다. 매일 바쁘게 지내다가 갑자기 집에 콕 틀어박히게 되니 별 생각이 다 들었었는데, 그래도 이렇게라도 강제로 쉬지 또 언제 쉬나.. 하는 마음으로 지내보니 나름대로 이런 생활도 괜찮다는 걸 어느 정도는 느꼈던 한 주였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2023년은 정말 바쁘게 지내려고 많이 노력을 했었던 것 같다. 내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시간은 지나가고 나이는 먹다 보니, 뭐 하나라도 제대로 도전해 봐야겠다 생각하면서 일이 없어도 만들어서 나가고, 최대한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하게 살아야겠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채로 살았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시간은 빨리 가지만 돌아보면 내가 정말 열심히 살았었나?라는 것도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회사에서는 분명하는 일이 참 많았다. 내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일도 많고, 내가 신경 쓰는 일도 많고 정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나름대로 실적도 좋게 만들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더 잘해보려고 많이 노력을 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코로나에 걸려서 격리를 당했다. 물론 격리 당하고나서도 회사에 일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내가 없어도 어떻게든 돌아가긴 돌아가는구나 싶었다. 처음에 코로나가 걸렸을 때는 암담했다. 이번 주에 할게 많은데.. 내가 지금 쉴 때가 아닌데 갑자기 이렇게 코로나가 걸려버리면 답답해서 어떻게 살지?

 

또 거래처에 가야되는 일들은 누구한테 맡기지? 내가 매일 실천하고 있는 글쓰기나 운동은 어떻게 하지? 연휴인데 이렇게 집에만 있으면 우울해서 어떡하지? 별생각이 다 들었는데.. 생각보다 그냥 시간은 잘 가더라

 

첫째, 둘째날은 그냥 목이 미친 듯이 아프고 몸살기운이 심해서 골골대기만 해서 아무런 생각이 들지가 않았다. 그냥 다른 사람들은 이 코로나라는 병을 도대체 어떻게 버텨낸 건지 그게 대단할 뿐이었다.

 

병원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나서 받은 약 말고도 나는 감기약을 또 먹었다. 병원 약 아침 점심 저녁에, 일반 약 아침 점심 저녁까지.. 총 6번을 약을 꾸준히 먹어도 잘 낫지가 않아서 참 답답하기도 했는데,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에는 바로 잠이 들어서 그런지 낮잠도 참 많이 자고 밤에 일찍 잠을 자기도 했다.

 

 

요 근래 들어서 가장 한량 처럼 지내는 일주일이다. 분명 한량처럼 지내면 너무 슬플 것 같고, 괴로워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이렇게 쉬는 것도 사람에겐 필요하구나를 조금조금씩 느낀다. 내가 없어도 나름대로 회사의 일은 잘 돌아갔고, 밥을 꼬박꼬박 먹는 것만으로도 나름대로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래도 내가 아프면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긴 있구나도 조금은 느꼈다.

 

평소에는 바쁘지만 참 공허했다. 내가 왜 이렇게 일을 하고 사는지, 세상을 구할 일 하는 것도 아닌데 난 왜 이렇게 쓸데없이 열심히 살려고하는지, 내가 열심히 살아서 뭐가 되기라도 하는지 등등의 생각이 많았지만, 이런 생각들을 잡생각이라고 하고 그냥 꾸준히 열심히 살다 보면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지냈으니깐 말이다.

 

그래서 바빠도 공허했다. 목적이 없이 그냥 뭔가 되고 싶어서 열심히만 사는 사람 같았으니깐, 어떤 회사의 사원, 또는 어떤 사람들의 선생님 이라는 것을 빼면 나에게 남는 자아는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하고 존재감 없는 사람 정도.

 

 

하지만 쉬어보니깐 나름대로 나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생각보다 아무것도 안하고 편안하게 있는 시간도 참 좋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남들 다 출근하는 시간에 가만히 앉아서 창밖도 바라보고, 밥도 그냥 혼자 챙겨 먹어보고, 피곤할 땐 잠도 자보고.. 코로나가 나름대로 내가 보지 못했던 일상을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몸이 아프다 보니, 내가 세워뒀던 계획들이나 행동들을 할 수 없었다. 완전히 리듬이 무너진걸 두 눈으로 목격했다. 예전에는 내가 세운 계획을 이루지 못하면 그렇게 자책하고 나 자신한테 화가 났는데, 몸이 아프고 이렇게 완전히 계획을 어질러보니, 내가 가졌던 강박관념이 참 의미가 없구나 하는 것도 깨달아서, 약간은 마음이 편해졌다.

 

확실히 몸이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만, 아직은 피곤한 감이 있다. 남은 시간도 잘 추스르고 얼른 다시 힘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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