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니까 아싸인 나도 나름대로 약속이 많아진다. 그만큼 늘어나는 살을 보면 한숨이 나오기는 한다만, 그래도 오랜만에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건 분명히 즐거운 일이다.
분명 고향은 인천인데 다들 나이가 먹고 사회인이 되어서 전국으로 찢어지다 보니 결국 모이는 곳은 서울 쪽이다. 이 날도 그랬고, 그나마 친구들의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인 홍대입구역으로 집결을 해봤다.
같이 만났던 친구 중 한명은 대학교를 홍대에서 나온 친구여서 이 동네를 나름대로 잘 알고 있는 친구였다. 그래서 친구에게 대학교 때 자주 갔던 곳으로 갈 거냐고 물어봤더니 오히려 자기는 대학생 때 가난해서 제대로 못 먹었던 고기나 좀 먹고 싶다고 하더라. 사회인이 된 선배들이 오면 가끔 사줘서 맛있었다고 했던 고깃집에서 모이자고 했고, 그렇게 간 곳이 바로 홍대입구역 초입에 있는 수정옥돌생소금구이다.
이곳의 사진만 보더라도 꽤나 오래되었다고 느껴지는데, 실제로도 업력이 꽤 되는 유명한 고깃집이었다. 홍대입구역 고깃집하면 떠오르는 곳이고 외국인이나 내국인 상관없이 자리는 우리가 갔을 때도 만석이었다.
고깃집 내부는 북적북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시끄럽지 않았고, 이야기하기에 나쁘지 않았었다. 원래 이런 고깃집은 간격이 떨어져 있지 않아서 제대로 이야기하기도 조금 그렇고 뭔가 불편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는데, 수정옥돌생소금구이는 그런 것도 없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옥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물에도 돌이 들어가 있다. 그냥 신기해서 찍어봤다만, 맛은 일반 물이랑 그냥 똑같은 것 같기도? 아무튼 물은 그냥 우리가 아는 그 물 맛이다.
홍대입구역 고깃집 중에서도 업력이 꽤 되는 고깃집답게 고기 판도 일반적인 고기판과 다르게 특별하다. 말 그대로 그냥 옥돌 그 자체가 고기판이다. 처음에는 옥돌을 그냥 달궈서 위에다 판을 깔아주시나 싶었는데, 돌 그대로가 판이어서 신기했다.
돌이 조금 달궈지면 직원분들이 와서 중간중간 고기를 체크해 주신다. 직접 구워주시면서 틈틈이 고기가 언제 먹으면 좋다고 이야기도 해주고, 돌이 식지 않게 관리도 잘해주신다. 나름대로 보는 맛과 먹는 맛을 다 충족시켜주는 듯 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나에게 있어서 홍대입구역은 사회인보다는 학생 때가 더 기억이 많은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그냥 막연한 서울이란 곳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20살이 되자마자 무작정 아무것도 모르고 클럽을 가봤다. 그때는 꾸밀 줄도 모르고 무슨 노래에 무슨 춤을 춰야 하는지도 몰라서 멀뚱멀뚱 있다가 나갔지만, 이내 UCC나 동영상 같은 거 보면서 라인댄스라던가, 노래 따라 부르는 위치 이런 거 알아간 다음에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 거 아니면 여자친구가 생겨서 홍대입구나 연남동 쪽에 예쁘고 좋은 카페나 맛집 찾아보면서 당시 대학생의 분수에도 맞지 않는 돈 쓰면서 겉으로는 괜찮아 즐거웠어~ 하면서 속으로는 혼자 눈물을 삼켰던 동네 정도?
그런 정도로 생각했던 홍대입구역인지라,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많이 오진 않았는데 이번에 방문해 본 수정옥돌생소금구이는 가격도 적당하고 고기 질도 괜찮고, 딱 직장인이 퇴근하고 나서 땡기는 돼지고기에 소맥감성에 제대로 맞아서 그런지 굉장히 분위기가 좋았다.
아마 그건 이곳이 원래도 유명했던 홍대입구역 고깃집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실제로 옥돌로 구워서 그런진 몰라도 고기가 닿는 면이 더 넓어져서 골고루 익는 느낌이 들었고, 고기도 꽤나 쫄깃해서 식감도 괜찮았던 것은 사실이니까.
삼겹살 3인분에 항정살도 2인분을 시켜 먹었지만, 항정살 먹을 때는 소맥을 많이 타먹어서 그런지 아쉽게도 사진은 안 남아있다. 비가 오는 12월 초 날씨 감성에 잘 맞았던 홍대입구역 고깃집 수정옥돌생소금구이, 다음에 내가 다른 모임이 생겨서 홍대입구역쪽이 약속 장소가 된다면 주변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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