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데이트하기가 참 좋은 날씨다. 하지만 이제 곧 6월, 분명 날은 더워질 것이고 걷기만 해도 땀이 줄줄 나는 여름이 시작될 것이다. 물론, 요즘도 낮에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는 너무나도 더워서 나같이 땀 많이 흘리는 사람은 힘들지만, 그래도 저녁은 아직 버틸만하지만.. 이것도 아마 얼마 가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런 나와 같이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이 많이나는 사람들이라면 여름이 되어가면 실내 데이트 장소를 찾기 마련이다. 밖에 나가지 않고도 시원하고 편안한 분위기와 함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그런 장소라면 여름이 되어도 두렵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에 갔다 왔던 뮤직컴플렉스서울 안녕인사동점은 여름에 실내데이트하기에는 아주 제격이 아닌 곳인가 아닌가 싶다.
제목에는 안국역 카페라고 쓰긴했지만, 카페라고 하기엔 간단한 안주와 술도 판매를 하고 있는 곳이고, 그렇다고 술집이라고 하기엔 분명 커피 한잔만 시켜도 충분히 잘 즐기고 나올 수 있는 장소이다. 그냥 안국역 카페이자 복합 문화 장소다 정도로 이야기하면 딱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뮤직컴플렉스서울 안녕인사동점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안국역에 있는 인사동 골목길 초입에 보이는 안녕인사동이라는 건물로 들어가면 된다. 인사동이 아무리 옛날 거리라고는 하나, 그래도 아직까지는 생각보다 사람이 꽤 많아서 놀랐다.
바로 옆 종로 3가 골목에는 포장마차 같은 술집들이 엄청 많아서 노인과 젊은 사람들이 섞여있는 진 풍경을 볼 수 있는데, 그런 분위기까지는 아니고 안국역 카페 뮤직컴플렉스서울 안녕인사동점은 적당하게 사람이 있는 옛 인사동 골목에서 그래도 나름대로 분위기 있는 신식 건물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무튼, 이 안녕인사동 건물 5층으로 올라가면 나오는 강렬한 붉은 조명의 뮤직컴플렉스서울, 들어가면 사람들이 편안하게 소파에 앉아서 LP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려놓고, 노래를 들으면서 기대고 있다.
이곳은 음료를 시킬 때 이용료를 같이 받는다. 음료, 생맥주, 티 등에는 기본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는 20,000원이고 이용시간은 일단 3시간으로 되어있다. 이 입장료에 포함된 음료를 마시면서 LP판의 노래만 들어도 무방하다.
뮤직컴플렉스서울 자체에서 선곡하는 노래들도 아주 괜찮았는데, 이 LP 바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정말 많이 찾아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LP 하면 생각나는 클래식부터, 우리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가수들의 음반들도 정말 많았다.
브루노마스나 아리아나그란데 같은 팝가수부터, 타일러 더크리에이터, 프랭크오션 같은 힙합계열 알앤비 가수들 노래 같은 것들도 있었고, 국내 노래들 중에서는 90년대 감성의 신승훈, 이승철, 이문세 등의 발라드 가수들 노래도 꽤 많았다.
이런 추천 LP들을 제외하고도 뮤직컴플렉스내부를 가득 메운 엄청난 양의 LP들이 있어서,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 3~4번만 들어도 바로 이용시간이 끝나겠구나 싶을 정도로 다양했다.
안국역 카페 뮤직컴플렉스서울 안녕인사동점의 가장 좋았던 점 중에 하나는 누가 들어와서 어떻게 이용을 해도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나나 여자친구처럼 연인끼리 온사람들은 물론이고, 혼자서 LP를 들으며 카페처럼 작업을 하는 분들도 있었고, 친구들끼리 같이 들으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 역시도 아마 이곳이 집에서 가까웠다면 혼자서도 왔을 것 같은 꽤 괜찮고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앉아서 각자 여자친구와 나는 LP음반을 하나씩 골랐다. 여자친구는 브루노마스의 grenade와 just way you are 가 있는 음반을 골랐고, 나는 미국 밴드인 cigarettes after sex의 1집을 골라서 들었다. LP 턴테이블이 하나이기도 하고, 앞면 뒷면으로 나뉘어서 노래는 자연스럽게 쭉 연결이 된다.
무엇보다 LP바가 돌아가면서 치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원한 장소에서 커피 한잔과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듣는 노래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던 것 같다. 각자 고르는 노래들을 보면서 서로가 무슨 분위기의 노래를 좋아하는지도 알아서 나름대로 음악의 취향도 알게 되는 것도 재밌는 포인트이기도 했고!
문득 LP를 통해서 노래를 듣다 보니, 그동안 느끼지 않고 무심코 지나쳤던 여유라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이 나는 것 같았다. 유튜브 뮤직이나 멜론,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노래를 듣다 보면 내가 맘에 들지 않는 노래는 휙휙 넘겨버리기 마련인데, 돌아가는 LP판의 노래들은 앨범을 통으로 감상하는 것이니 LP가 다 읽힐 때까지는 그 노래와 그 음반을 온전하게 들어야만 끝나는 것이니까.
평상시에는 아무렇게나 스마트폰의 다음 버튼을 눌렀던 것과 다르게, LP를 통해 듣는 노래들은 그 분위기와 여유로움도 같이 선사해 주는 것 같아서 뭔가 더 일상생활에서 잊었던 여유를 같이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분위기 좋고, 시원하면서도 같이 편안하게 즐기기 좋았던 안국역 카페 뮤직컴플렉스서울 안녕인사동점, 실제로도 편안하고 괜찮은 분위기와 음료, 다양한 들을 거리가 있다 보니 나나 여자친구나 나오면서 다음에도 또 오자고 했을 만큼 괜찮았던 공간이었다. 다음에는 맥주나 요리 같은 것도 곁들여보면서 또 다른 노래들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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