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 있으세요? 예전이랑 인상이 조금 부드러워지신 것 같네요.'
앞머리의 볼륨이 사라져서 소가 핥은 머리마냥 착착 내려앉는 게 신경 쓰여서 갔던 4월 말의 헤어숍에서 내 머리를 만져주셨던 디자이너님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난 '아 그래요? 그게 티가 나나요?'라고 말했다.
디자이너님은 나에게 그럼요~ 티가 나죠. 2월에 오셨을 때보다 표정이 더 풀려있으신거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 두 달에 한번 정도 보는 이 디자이너님도 나의 표정 변화를 캐치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 신기했다. 물론 고객을 상대하고 기술과 순발력이 필요한 전문직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그냥 유난히 그분이 눈썰미가 좋은 건가 하기도 했다.
요 몇년간 나는 기분이 안 좋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옛날 노래 중 하나인 DJ DOC의 DOC와 함께 춤을 이라는 노래의 가사 중 너 밥상에 불만 있냐, 너 사회에 불만 있냐라는 가사 구절이 있는데 그 말은 내가 실제로 들었던 말이다.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이 그냥 앉아있는데 실제로 기분이 너무 안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작년엔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내가 들었던 생각은 '난 별생각 없는데 왜 그렇게 보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오히려 내 표정만 보고 상대가 나를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것이라 생각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 나는 나를 돌아보기보단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이유? 그냥 귀찮아서도 있었고,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면 건드리지 않으니깐 전략적 편의를 위해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표정이라는 것은 사람을 판단하는 첫 관문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표정을 피지 않았던것 같다. 누군가가 말하는 웃으면 복이 온다고요 하는 말은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듣긴 했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법을 모르는데 어떻게 웃어요?라는 식으로 옛날에 세 바퀴에서 김흥국이 조세호에게 묻듯이 나는 당황스러워하는 조세호의 스탠스처럼 정말 기분 좋아지는 법을 모르는데 뭐 어쩌라고? 하는 식으로 살았던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랬기에, 나의 2023년은 기분 좋아지는 법을 알기 위해 분석하고 노력하는 해였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원래도 내향적이고 뭔가를 새로하는걸 귀찮아하는 내가 계속 어딜 싸돌아 다니고, 뭘 해보려고 하고, 공부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해보려 하니 억지로 외향적 에너지를 쥐어짜니.. 당연히 피곤함이 쌓여서 표정이 안 좋았던 것이겠지.
사람의 표정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솔직해서 억지로 웃는다고 웃상이 되지 않는다. 눈은 움직이지 않고 입꼬리만 올라가는 아주 요상한 표정이 된다. 우리가 어색하게 웃는 사람의 표정을 썩 반가워하지 않는 이유는 표정에서 나오는 어색함이라는 것이 사람을 대할 때 첫 관문으로 나타나기에 그런 걸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2023년 결산을 했던 글이 떠올랐다. Beautiul Disaster라고 딱 칭했던 그 아름다운 재앙에 딱 맞았던 2023년 말이다. 적어도 그때 나의 표정은 입꼬리만 올라간 그런 상태였을 것이기에 어색함이 느껴졌겠지만, 요즘의 표정과 과거가 대비가 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나에게 긍정적인 일들과 행복한 일들이 일어나게 되어 밝아진 것도 있겠지만, 아마 내가 표정이 정말 밝아질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부정적인 것들을 털어내고, 무의식적으로 행복한 생각과 기대를 하는 삶이 내 안에 주를 이루고 삶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스스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긍정적 존재가 있어 더 잘 보이고 싶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엔도르핀이 돌아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고 말이다.
표정은 사람의 관문이고, 그 관문을 지키는 얼굴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솔직하긴 한가보다. 표정 변화가 없다고 평가받았었는데, 그런 나도 이미지를 밝게 해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신기한 마음이 든다.
우리 아버지는 나와 다르게 장난끼가 많은 분인데, 항상 집에 있으면 '야~ 요즘에 표정이 좀 폈네, 살도 오르고. 보기는 좋은데 무슨 좋은 일 있나 보다? 근데 살은 빼라.'라고 말하고 지나가곤 하신다. 물론 진지하게 살 빼라 하는 말이 아닌 그만큼 좋아 보인다는 뜻을 함축한 것일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며 다시한번 생각했다. 표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눈에 바로 띄는지, 말투를 꼭 듣지 않더라도 사람의 낯빛과 눈찡그림, 입꼬리 등은 또 다른 그 사람의 표현 수단이구나 싶었다.
표정에 신경쓰지 않고 그냥 나는 나지 어쩌라고?라고 생각했던 지난 과거들을 보았을 때, 말은 안 했지만 주변인들이 나름 불편함을 느끼고 걱정하는 마음도 있진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문득 머쓱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눈치를 봤을 테니 말이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표정이 사람을 비추는 거울인만큼, 최대한 웃고 긍정적인 모습을 가져가며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자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항상 긍정적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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