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없다. 특별한 일이 많은 것 같긴 한데 일주일을 정리할 때쯤이 되면 크게 생각나지 않는다.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하고 싶은 말들이 많으나 그 이야기들을 사진으로 미리미리 정리를 해두는 습관이 되지 않아서 글을 제대로 못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티스토리에 내가 주로 올렸던 내용들은 대부분 음식점리뷰나 새로 나온 편의점 과자나 맥주 신상 같은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물론 이런 글들을 쓰는 게 정말 재밌고, 내가 뭘 하고 살았으며 어떤 먹을 것을 먹었으며 누구랑 놀았고 대화를 했는지를 기억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나에게도 꽤나 동기부여가 되는 글들이 된다.
근데, 요즘 들어서 그런 자리들이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사진을 먼저 찍어야겠단 생각이 딱하고 들지 않으니 그 당시 상황만 즐기고 뒤 돌고 나서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으면 그제야 '아 기록을 좀 해둘걸.' 하고 후회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당장 먹을 것만 하더라도 내가 평소에 먹지 못했던 맛있는걸 참 많이 먹었다. 무려 한우도 얻어먹고, 한 끼에 10만 원 정도 하는 샤부샤부도 얻어먹고, 엽떡에서 새로 나온 마라떡볶이 신상도 먹었고, 어제는 치맥도 먹었는데.. 전부다 사진을 찍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왜 예전에는 먹을 것을 먹으면 카메라부터 먼저 들이대고 언젠가 티스토리에 올려야지 생각했던 것들인데 왜 나는 이런 걸 까먹게 된 것일까.. 항상 뒤 돌고 나면 못내 아쉽다.
아마 내가 이전보다는 그 자리 자체에 집중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사진 찍는 걸 까먹게 된 건지.. 현실을 더 집중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뒤돌아보면 남는 게 없기도 하다.
할 말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진지하게 나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이나 대화들을 사람들을 만나도 할 일이 없고, 반대로 티스토리에 글을 쓰러 오더라도 내 기억들에만 있을 뿐 사진을 남겨놓지 않으니 할 말이 없다.
예전에 티스토리 말고 다른 곳에 글을 쓸 때는 억지로 할 일도 없는데 글을 쓰기 위해서 꾸역꾸역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블로그 협찬을 받아서 가기도 했고, 실제로 내가 돈을 내고 사 먹으면서도 글을 쓰기도 했다.
그때의 목적은 그 시간을 즐기는 게 아니고, 그 즐겼던 시간을 얼른 블로그나 티스토리에 올려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애드센스나 애드포스트로 돈을 벌고 싶고, 투데이를 올리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실제의 삶과 글을 쓰는 목적이 주객전도가 되었던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까지 치열하게 뭘 하려고 했나 싶기도 하다.
요즘에 맛있는 음식 새로운 음식, 신상을 봐도 사진 찍을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내가 현실에 만족을 하는 빈도가 예전보다 늘었다는 긍정적 신호 정도로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그래도 앞으로는 좀 할 말이 있도록 일상을 기록하는 습관을 잊지 말고 해야겠다. 글을 안 쓰기엔 내가 먹어보고 느꼈던 경험들이 너무 아까우니깐.
다음엔 꼭 경험한 것들 리뷰를 써보아야겠다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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