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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되고 느꼈던 서울 속 사회생활에 관하여, Hi-lite - My City

일상 청소 기록/듣는 이야기

by 고민청소부 2023. 9. 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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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너의 꿈도 이뤄지는 곳.'
 
내가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건 군대 전역을 갓 앞뒀을 때였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희망차고 모두 내 것이 될 것 같은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쳐나던 말년 병장. 내가 전역만 하면 밖에 나가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점관리도 잘하고 해외여행도 가고, 좋은 회사 가서 서울에서 떵떵거리며 멋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고향이 인천이었던 나에게 서울이라는 곳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의 수도라는 상징성, 메가시티라는 위용, 정신없이 돌아가는 경제와 정치의 중심지, 놀 곳 많은 곳 등등으로 나에게 있어서 서울이라는 곳은 마치 꿈과 같은 곳이었다.
 
서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은 했었다. 그때의 나는 그냥 성공을 하고 싶었고, 막연한 성공이 나에게 있을 것이다라는 낙관주의자의 마인드였기 때문에.
 

 
전역하고나서 광화문과 종각을 갔을 때 청계천의 그 분위기를 아직도 나는 기억한다. 엄청나게 높은 건물들 사이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모든 회사들이란 회사들의 간판이 걸려있던 그곳, 걸어 다니는 직장인들의 손에 들려있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잔과 사원증은 마치 성공한 사람들이 걸고 있는 마패라도 되는 양 그게 참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
 
내 꿈은 광화문이라는 동네에서 회사를 다니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그때 했던 것 같다. 적어도 그때는 학생이었으니까 그런 희망이 있었던 것이겠지.
 
시간이 흘러서 그런 꿈들이 희미해질 때쯤 나는 취업을 했다. 나의 첫 직장은 광화문이라는 곳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는 가산동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내가 지하철 틈바구니에 껴서 사람들과 같이 부대끼고 출근을 한다는 그 사실,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는 자긍심, 내가 직접 돈을 버니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등등이 나를 감싸 안았다.
 
하지만 첫 사회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경험 부족과 의지박약에서 나오는 나의 정신상태는 첫 회사에서의 처절한 실패라는 경험을 선사하였고, 그 결과 나에게는 자신감 하락과 공황장애라는 결과를 안겨주었다. 그렇게 도피하듯이 나는 다른 직장으로 옮겼고, 그 직장에선 현실에 만족하며 오랜 기간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 나는 나의 과오와 부족한 점을 찾진 않았다. 그냥 내가 괜찮은데 사회가 나를 못 알아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안일하게 살았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며 나에게는 많은 경험과 좌절이 동반되었다.
 

 
꿈은 그때그때 바뀌었다. 대기업을 가고 싶었다가, 잘리기 싫어서 공무원 되고 싶다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다 때려치웠다가, 다시 퇴사했던 회사에 기어들어가서 근근이 월급만 벌어먹고 살면서 공기업 준비를 하면서 오랜 시간을 날려먹었었다.
 
그렇게, 여러 방황을 하고 여러 가지 아픔을 겪다가 나는 현재의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전역하고 학생 때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광화문에 있는 회사. 비록 월급이 많진 않지만 그래도 이순신 동상을 매일 볼 수 있고, 세종대왕상 앞에서 시위하는 사람들과 관광객과 직장인이 뒤섞여있는 서울의 중심으로 온 것이다.
 
처음에는 큰 생각이 없었으나, 이번 회사에서 조금은 정착을 하게 되고 나름대로 칭찬도 받으면서 지난날들을 돌아보니 과거의 나의 다짐이 떠올랐다.
 
소주 들이붓는 회식을 하고 집을 가기 위해서 을지로입구역에서 종각역으로 걸어가는 그 길에 나는 다시 대학생 때의 내가 다짐을 했던 청계천을 지나쳤다. 얼마 전에 마주쳤던 청계천의 풍경은 내가 대학생때 보던 그 모습과 변함이 없었다. 청계천에는 사람들이 앉아있고, 동화면세점과 동아일보가 보이는 그 풍경.
 

 
문득 생각이 들었다. 성공은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벌고 남이 보기에 적당해 보이는 허울 좋은 옷을 걸치고 다니는 것이 성공인가? 아니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찾아서 그에 맞게 도전하며 사는 것이 성공인가? 나는 그중 무엇을 이뤘을까?
 
결국 나는 대학생때와 같이 똑같이 꿈을 꾸고 있었다. 그때는 남들이 보기에 좋은 성공을 꿈꾸고 그 꿈에 나를 끼워 맞춰 살려는 삶을 살았으나, 지금은 그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고 또 다른 것이 성공이라 생각하며 그 꿈을 좇고 있는 중일뿐이었다.
 
광화문에서의 나의 삶은 만족이라기보단 안주에 가깝다. 그냥 앞으로 살기 위해서 돈을 모아야 하니깐, 내가 이 직장이 없으면 수입이 없으니깐, 이 나이 먹고 직업이 뭐예요?라고 할 때 백수라고 말하기 싫으니깐 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 중이구나.
 
이 곡에서 말하는 서울이란 도시는 꿈을 이루는 도시임을 말한다. 내 꿈이 이뤄지고, 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프라이드 가득한 동네. 나는 과연 내 삶에 대하여 프라이드를 가지고 자존감을 다지며 살았을까? 나는 누군가가 명명한 성공이 성공이라 생각하고 눈앞에 신기루처럼 보이는 오아시스가 진리라 생각하면 달린 것이 아닌가 말이다.
 
희미하고 모호한 성공을 바랐던 20대의 나는 여전히 어딘가에 있는 꿈을 좇고 있는 30대의 평범한 아저씨가 되어버렸다. 인생에 있어서의 성공은 나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일 뿐인데,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진정 행복할 수 있는 어딘가에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보고자 한다.
 
나를 포함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길을 잃은 사람들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지고 행복함을 찾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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