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을 한 다음날이었다. 회사팀 선배가 맛있는 해장국집이 있다고 가자고 제안을 하셨다. 근데, 점심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서 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원래 점심시간이 좀 유동적인 사람인지라 언제 먹어도 상관이 없기도 했고, 전 날 그래도 많이는 아니지만 약간의 숙취가 있던지라 좋다고 바로 이야기하고 어딘지를 여쭤봤다.
무교동북어국집이라는 곳으로 오라고 하시더라, 처음 들었을 땐 무교동에 북어국파는 집이요?라고 했더니 가게 이름이 무교동북어국집이란다. 그러고 나서 장소 링크를 하나 보내주셨는데, 노포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일단 광화문 등지에 있는 노포 중에 맛없는 곳이 딱히 없었던 기억인지라 별로 거부감 없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광화문은 직장인들의 성지다. 평일에 이곳에서 돌아다니면 그냥 다 바빠보인다. 물론 나도 바쁘고 정신없게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지만, 이 직장인들은 참 신기하게도 점심시간만 되면 눈빛이 살아난다. 그리고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 어디론가 가곤 한다. 광화문 맛집들은 정말 점심시간이 되면 미어터지듯이 사람이 넘쳐난다.
나는 무교동북어국집에 오전 11시에 도착했다. 이 정도면 사람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여유로운 마음으로 갔는데, 뭐지?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아니 직장인들 점심시간은 12시인데 이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길래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여기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는 나 역시 직장인.
아무튼 무교동북어국집에 나름 일찍 갔다고 생각했으나 별수 없이 기다리게 되었다. 솔직히 대부분 사람들에게 북어국 사 먹으실래요? 하면 사 먹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처음에는 들었다. 집에서 끓여줘도 잘 안 먹는 게 북어국이기도하고, 뭔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돼지국밥이나 순대국밥 같은 그런 국밥과는 다르게 내가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거 같다.
그래도 광화문에 소문난 맛집이고 직장인들이 올때마다 미어터진다고 하니.. 무교동북어국집은 조금 다르겠거니 하는 마음과 전날의 숙취가 올라오는 그 느낌 때문에 잘 안 서는 줄을 서보았다. 다행히도 줄은 굉장히 빨리 빠졌다. 그래서 그런지 밖에서 기다려도 별 타격이 없었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렸던 것 같다.
내 앞에 한 7팀 정도 있었는데, 내가 기다린건 한 10분 정도? 그 정도로 쑥쑥 빠져서 들어갈 수 있었다. 와... 진짜로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고 들어가자마자 주방이 보이고 홀은 안쪽에 있는 신기한 구조였다. 물론 사람들은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주문은 할 필요가 없다. 그냥 메뉴가 하나다 북어해장국 하나. 맨날 복잡하고 다양한 메뉴판을 보다가 심플하게 북어해장국이라고 떡하니 하나만 쓰여있는 메뉴판을 보니깐 이곳이 보통 집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 앉으니 한 10초인가 있다가 북어해장국이 나왔다. 이것이 K-패스트푸드인가..
북어해장국은 보기에는 평범해보였다. 맑은 국물과 부드러운 북어, 그리고 두부가 같이 들어있는 심플한 그런 북어해장국이었다. 한입 먹어보았는데, 오? 국물이 정말 구수하고 부드럽게 들어간다. 숟가락으로 먹었는데도 목을 타고 시원하게 들어가는 그 느낌.
괜히 광화문 회사원들의 맛집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메뉴도 일단 하나여서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상 옆에 보면 부추, 짠지, 김치가 있으니 알아서 덜어먹으면 되기 때문에 반찬도 괜찮다.
전체적으로 무교동북어국집의 북어해장국맛은 무난하고 호불호가 없을 것 같았다. 오히려 집에서 흔하다고 생각했던 그 북어국인데 밖에서 먹기에는 또 찾기 힘든 메뉴다 보니, 든든하고 맛있게 한 끼 먹고 싶을 때 오면 딱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
북어해국을 먹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북어 건더기나 국물 추가를 요청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홀에서 능숙하게 바로 리필을 해주는 모습도 보았기 때문에, 역시 장사가 잘되는 집은 프로구나 싶더라.
같이 간 선배와 밥을 한 공기 더 시켜서 1.5인분씩 먹었는데, 국물의 양과 딱 맞았다. 성인 남성 기준이라면 1~1.5 공기 정도 먹으면 아주 든든하고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다.
계산하려고 나가는데, 공깃밥값을 따로 안받았던 것 같다. 선배가 계산해서 기억은 안나는데.. 선배가 오 진짜 공기밥값을 안 받으세요?라고 물어본 게 얼핏 기억나니깐.. 건더기나 국물은 잘 모르겠으나, 이것도 들어보면 리필에 값을 따로 받는 것 같진 않다.
무교동북어국집에서 나온 시간이 한.. 11시 35분쯤 된 것 같은데, 골목 한 바퀴를 돌아있더라.. 모자이크 해서 감이 안 올 수도 있지만, 왼쪽이 앞이고 오른쪽이 줄의 뒷부분이다. U자로 빙빙 돌아있었고, 사람 정말 엄청나게 많다. 별생각 없이 12시에 온다면 아마 점심시간 내내 기다리다가 끝날 거라고 본다. 잘 알아두길 바란다.
깔끔하고 무난해서 한국인들에게 호불호 없을 것 같은 국물맛에,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서비스랑 서빙, 무엇보다 메뉴판에 메뉴 하나 있는 그 자신감까지. 딱히 부족함 없이 맛있었던 광화문 맛집 무교동북어국집, 시간만 맞는다면 또 오고 싶다.
참고로 국물 마시보고 술생각나는 그런 구수함이지만 무교동북어국집에선 술 안 판다.. 아쉽지만 참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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