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추억이 가득한 인천 간석동에는 정말 오래된 치킨집이 있다. 내가 정말 꼬맹이였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유일하게 바뀌지 않고 한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치킨집이며, 어렸을 때는 동네사람들, 특히 나이가 많은 분들이 오며 가며 들르는 치킨집 정도로만 자리 잡고 있던 간석동 맛집, 쎄미양념치이다.
어렸을 땐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어갈 수록 대부분이 프랜차이즈화가되고 가게의 분위기가 다 거기서 거기가 되었던 것과 대비가 되어서 그런지 오히려 요즘에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더욱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네의 사랑방 같은 간석동 맛집이다.
나는 대학생 때 부터 종종 치킨을 포장하는 정도로만 가고, 이곳에서 맥주를 마시지는 않았지만 사회인이 되다 보니 이제는 이런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가 그리워서 그런지 자주 방문을 하곤 한다.
간석동 치킨 맛집 답게, 쎄미양념치은 이제 젊은 사람들도 많이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나이가 든 사장님께서 홀부터 치킨 튀기는 것, 맥주를 따르는 것까지 모든 것을 하고 있는 이곳은 다른 곳보다는 만들어지는 것이 조금은 느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사장님이 워낙 바빠서 그런 것일 뿐, 사장님께서 홀을 돌아다니면서 치킨 맛은 어떤지, 맥주는 시원한지, 무나 샐러드는 부족한 것이 없는지 등등을 물어봐주시는 걸 보면 참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팍팍한 일상에서 소소한 정을 느낄 수 있달까. 확실히 20대와 다르게 30대가 되니 시끄러운 분위기보단 이런 정감 있는 분위기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외관은 우리가 어렸을 때 손잡고 들어가던 그 치킨집과 많이 닮아 있다. 간판부터, 벽에 쳐져있는 김밥말이 발까지, 이곳에 들어오면 시간여행을 다시 하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든다.
내부 홀에는 5개 정도의 테이블이 있다. 그리고 옛날에 보던 나무톤의 기둥과 테이블들이 있다. 안쪽을 찍고 싶었지만 역시나 사람이 꽉 차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을 살짝 찍었다. 이것도 찍기 어려웠지만, 이 사진만 보더라도 간석동 치킨 맛집 쎄미양념치의 분위기가 어떤지는 아주 잘 보일 것이다.
이 날은 아버지와 치킨에 맥주를 한 잔 했다. 일이 조금 늦게 끝나는 날이어서, 저녁을 따로 먹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는데, 아버지께서 먼저 오랜만에 치킨에 맥주 한잔 간단하게 하는 것이 어떠냐며 제안을 해주셨다.
내가 아버지와 술잔을 기울이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20대 내내 아버지와 술을 마신적이 없었다. 그때는 친구들이랑 노는 게 좋았고, 뭔가 아버지와 함께해도 할 말도 없을 것 같다는 그런 나의 고정관념이 아버지와의 술자리를 피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젊었을 때 부터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야기하고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셨다. 그런 것들 때문에 힘든 점도 있고 좋았던 점도 있었지만, 어릴 때의 나는 그런 아버지와 내가 술을 마신다고? 하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만큼 내가 어렸던 것이겠지.
그랬던 내가 아버지와 간단하게 맥주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건 아마 30살부터였을 것이다. 당시에 문득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으니, 시간이 유한하고 아버지가 건강하실 때 조금이라도 시간을 같이 보내야 미래의 내가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이었다.
어렸을 땐 참 강해보이고, 뭐든 다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느새 아버지도 나이가 많이 드셨다. 물론 아직 건강하시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여 많이 야위어 보이고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내가 서울에서 인천까지 오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기 때문에, 아버지가 조금 일찍 가셔서 쎄미양념치킨 사장님께 치킨을 주문해 주셨다. 사장님은 아버지를 기억하고 계신다. 저번에 오셨던 분이시죠? 하면서 능숙하게 통닭을 준비해 주셨다고 하더라. 동네에서 오랜 시간을 버텨내고 장사하시는 분들의 기억력과 내공은 역시 보통은 아니구나 하면서 생각을 했다.
치킨 한 마리가 나왔다. 치킨옷은 바삭하고 얇으며, 한 마리의 양은 꽤 된다. 같이 나오는 케요네즈 소스의 샐러드와 무를 보면 옛날 호프의 감성 느낌도 난다.
치킨에 맥주는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하여 생맥주 2잔을 주문했다. 시원하게 식혀진 맥주잔에 맥주가 가득 든 채로 나온다. 피로하고 지친 일상에서 맛있는 옛날통닭과 맥주 한잔이면 그래도 피로가 풀리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치맥을 하면서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다. 회사는 어떤지, 요즘에 우울하고 힘든 건 없는지 등등을 물어보신다. 아버지는 걱정을 참 많이 하신다. 표정이 밝지 않고 힘들어 보이는 그 느낌을 받으셨기 때문일지, 아버지께 나의 이야기들을 해드리면서도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했고 피하기 바빴다. 내 속의 이야기를 해도 부모님은 나와 세대가 달라서 답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고정관념이 나와 부모님의 대화를 단절시켰던 것 같다.
돌아보면 온전히 내 잘못이었던 것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조금이라도 철이 든다는 걸 느끼는 것이, 나도 이젠 조금이나마 그랬던 부모님의 나이가 되어 이해를 하는 과정을 밟는다는 것이다.
후회만 하고 과거를 답습하며 실패의 감정만 곱씹던 나에게 용기를 주고 조언을 해주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며, 나도 이제는 늦었지만 그래도 잘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맛있는 후라이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맥주가 벌써 동이 났다. 그냥 간단하게 한잔만 더 먹자라고 이야기하시면서 생맥주 500cc를 한 잔 더 시켰다. 쎄미양념치킨의 후라이드 치킨 자체가 워낙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기 때문에 생맥주와 잘 어울리기도 하다 보니, 금방 맛있게 잘 먹게 되더라.
쎄미양념치킨의 분위기는 추억을 담고 있다. 어렸을 때, 아버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치킨이 먹고 싶어 들렀던 어린 시절을 시작으로, 이 장소의 공기와 분위기는 너무 올드하고 낡았다 생각하여, 별생각 없이 지나치고 돌아보지 않았던 10대와 20대를 지나 이제는 겉으로만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회인이 되어 다시 부모님을 이해하려고 해 보는 30대의 어린이가 추억을 곱씹을 때까지, 이곳은 변하지 않았다.
유행은 돌고 돌아 다시 레트로를 찬양하는 시대가 되었다. 변하지 않고 한자리를 그대로 지키면서도 맛과 분위기, 그리고 친절함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는 인천 간석동 맛집 쎄미양념치킨,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지켜주었으면 한다.
추억의 소중함을 떠올리고 싶을 때 또 방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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